‘죽어가는 시’에 3분만 할애하라 [11.01.12 시사IN] > 홍보자료 | 문학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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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시’에 3분만 할애하라 [11.01.12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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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문학경영연구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563회   작성일Date 12-05-14 13:21

    본문

    인기 드라마에 나온 덕에 지난 5년간 팔린 것보다 100배 더 팔린 시집이 있다. 시도 텔레비전에 노출되어야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죽은 시의 시대’에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기사입력시간 [173호] 2011.01.12  10:19:18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당신의 첫/ 키스/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이 달콤한 감각/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시간의 부드러운 손/ 두근거리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책꽂이에 발행 순서대로 꽂혀 있던 시집을 꺼내 섞어 제멋대로 다시 꽂아뒀다. 제법 ‘근사한’ 문장이 됐다.
    제목만으로도 한 편의 시를,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은숙 작가 역시 시집 제목을 통해 주인공의 마음을 드러낸다. 극중에서 로엘백화점 사장을 맡고 있는 재벌 3세 김주원(현빈)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다른 ‘계급’의 여자 길라임(하지원)을 받아들이기가 ‘이성적으로’ 너무 힘들다. 그때 카메라는 김주원의 서재에 꽂혀 있던 시집을 비춘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잘못 날아왔다.’
       
    이 방송 이후 브라운관에 제일 먼저 노출되었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은 한 인터넷 서점에서 700권이 넘게 팔렸다. 지난 5년간 고작 7권 나간 시집이었다. 그 밖에도 이 드라마에서 노출된 책 대부분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민음사는 이에 발맞춰 ‘주원·라임의 테마 도서’를 묶어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오늘날 시는 텔레비전에 노출되어야만 팔리는 ‘무엇’이 되었다. 1980년대만 해도 시의 시대였다. 서정윤의 <홀로서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100만 권씩 찍었던 ‘전설’을 지녔다. 많은 말을 할 수 없었던 암흑의 시대, 시는 압축된 언어로 수많은 의미를 전달했다. 그러나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이 이미 1976년 <산업화시대의 시>에서 예고한 대로 ‘죽은 시의 시대’가 도래한 걸까. 오늘날 이른바 ‘대박’난 시집도 3만 부를 넘기지 못할 때가 많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물론 단순히 판매 부수로만 ‘시의 죽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대개의 독자는 수능 언어영역을 공부하며 밑줄 쫙, 별표 땡땡 그리며 문제 풀이하던 버릇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미당 서정주처럼 비장해지거나, 흰 눈이 푹푹 나리는 날이면 ‘흰 당나귀처럼 응앙응앙’ 울거나, 시에 대한 ‘교양’은 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시를 ‘즐기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간명하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라는 것.

    그렇다면 ‘어려운’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그의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에서 차라리 시는 하찮은 것이라고 몸을 낮춘다. “시는 하찮은 것이지만, 다른 대단한 것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주체들이 앓고 있는 증상을 언어라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을 통해 표현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시는 가장 근본주의적으로 하찮고 가장 진실하게 사소한 그 무엇이다.” 시는 자본주의나 양극화 따위와 직접 싸우지 못한다. 그러나 “그러한 세계를 인식하고 재현하는 ‘상투성’과 싸운다.” 이는 김현의 설명과도 통한다. 그는 “시인의 괴로운 외침이 우리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은 우리가 삶을 영위해나가는 방식 속에 감추고 있는 자기 기만성이다”라고 <우리시대의 문학>에 적었다.

    “전쟁 일으키는 자가 시를 읽겠는가”

    허윤진 문학평론가는 시에서 만나는 언어의 의미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시의 언어에는 답이 없다는 것, 따라서 “시의 언어가 독자를 편하게 한다면 그 시는 궁극적으로 실패한 시다”라는 게 허씨의 설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바뀌는 찰나의 순간과 낯섦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자신이 13개월간 읽은 시와 감상을 엮어 펴낸 <우리가 보낸 순간>에서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라고 적었다.



    물론 시를 ‘실용적’으로 읽는 방법도 있다. 시는 아이디어를 주는 영감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약으로도 활용된다. 시와 경영을 접목해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를 펴낸 황인원 경기대 국문과 대우교수(문학경영연구원장)는 “시에 ‘나를 위한 무엇이 담겨 있는지’ ‘내가 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읽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황 교수는 시를 잘 활용하는 CEO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든다. 스티브 잡스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에게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가 마음을 만지다>를 펴낸 심리상담가 최영아씨는 “인생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편의 시가 절실한 순간이 있다”라고 말한다. ‘시 치유사’로 활동하기도 하는 최씨는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던 한 사람에게 김정란의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를 건넸다. 얼마 후 그는 그 시집에서 “나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묘사한 시를 발견했다”라며 최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해 시력 50주년을 맞은 마종기 시인은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의 자서에서 말한다.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는 자, 함부로 총 쏴 사람을 죽이는 자,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가 꽃과 나비에 대한 시를 읽고 눈물 흘리겠는가. 세상적 성공과 능률만 계산하는 인간으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겨우 한 번 사는 인생이 너무 짧다”라고,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시집은 기껏해야 150쪽 분량, 가볍고 얇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꼭 다 읽을 필요도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쪽이나 펼쳐도 읽는 데 3분이면 된다. 그 3분은 오롯이 삶의 ‘쉼표’가 된다. 7000~8000원 남짓 하는 시집 가격도 흔히 하는 말로 ‘착하다’. 진은영 시인은 그의 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에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라고 시를 정의한다. 새해, 당신에게 온 그 편지의 내용은 무엇인가. 두근거리는 ‘편지’ 하나 가슴속에 품고 사는 것, 올해의 목표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입력시간  2011.01.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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