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원의 리더십 코칭20-직원의 ‘개인주의’를 어떻게 품을 것인가: 의인화로 여는 소통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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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에서 리더들을 만날 때 가장 자주 부딪히는 벽은 ‘헌신을 요구하는 리더’와 ‘개인의 삶과 경계를 지키려는 직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참호전이다. 기성세대 리더들은 밤낮없이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자신의 방식을 기준으로 삼아, 요즘 직원들의 철저한 워라밸과 개인주의 성향을 ‘이기적이고 충성심이 없다’라고 단정 짓는다. 반면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의 사생활과 개인적 성장을 억누르려 할 때마다 냉소와 방어벽으로 맞선다.
이 해묵은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필자가 경험한 두 회사의 경우에서 그 답을 어느 정도 찾아낼 수 있다. A 회사는 리더가 직원을 대할 때 오직 ‘업무를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잘 해줘야 봐야 금방 떠난다는 인식아 강했다. 그전에 나름 인간적으로 대했는데 조금만 더 좋은 조건이 생기면 바로 떠나더라는 것이다. 이에 실망한 이 리더는 이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직원을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바라봤다. 어차피 떠날 사람 정 주기 싫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여, 목표를 달성하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줄 것이니 헌신을 다해 목표를 수행하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마음의 문을 닫고 차가운 개인주의 뒤로 숨어버렸다. 소통은 완전히 차단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B사의 리더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가르쳐 어느 정도 제 몫을 할 정도가 되면 떠났다. 그러다 보니 리더가 생각하기에 ‘회사가 마치 직원의 종착지를 위한 중간역’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가지려고 노력했다. 직원을 통제하거나 문제아로 바라보는 순간 소통은 완전히 차단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각자가 하는 일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보람 있는 일인지 알려주려 했다. 누군가는 그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고, 그 일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도록 코칭을 도입했다. 그러자 어느 시점이 지나면서 직원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리더와 상의하기 시작했다. 떠나는 숫자가 줄어들었고, 어쩔 수 없이 떠날 때는 리더가 직접 축하해주기도 했다. 옮긴 회사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줄 테니 연락하라고까지 말했다.
이 두 회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단순히 직원을 업무 수단으로 봤는지, 직원 행동을 공감하려고 했는지가 아니다. 리더가 직원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대했는지다.
혹시 의인화라고 들어봤는가? 문학에서 특히 시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 사람처럼 대하는 수사법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게 있다. 시인들조차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이 의인화는 실상 대단히 좋은 이해, 공감의 도구이자 소통의 기반이다.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청림출판, 2019)에는 사람을 바라보는 리더의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담겨 있다. 구글과 애플에서 리더로 일했던 스콧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리더에게 필요한 핵심으로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Care Personally)’과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것(Challenge Directly)’을 제시한다. 직원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말을 솔직하게 하되, 그 바탕에는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목이 바로 ‘의인화’와 맞닿아 있다. 다만 개념이 완전히 같은 건 아니다. 스콧이 직원과의 관계에서 ‘개인적 관심’을 강조했다면, 의인화는 그보다 차원이 다른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가?”를 묻는다. 의인화는 ‘자신과 같은 존재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보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직원을 단순히 일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 감정과 욕구를 가진 나와 같은 하나의 존재로 볼 것인가.’
쉽게 말해, ‘나는 남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자. 누군가 내 생각과 행동의 이면까지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가치 있는 존재로 대해주길 바란다. 나와 같은 존재가 되면 상대도 그렇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리더의 질문도 달라진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하지?”에서 “저 사람에게는 이 행동이 어떤 의미일까?”로 바뀌는 것이다.
결국 의인화는 사람을 무조건 이해하거나 감싸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함부로 규정하지 않고, 나와 같은 가치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는 리더의 사고법이다.
이런 관점이라면 ‘개인주의’는 무작정 고쳐야 할 병으로 보지 않게 된다. ‘상대가 가진 방어적 태도나 개념이, 나와 동등한 존재 가치를 지닌 독립된 주체의 태도나 생각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직원의 ‘개인주의’라는 태도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의인화해 그 태도에 말을 걸어볼 수도 있다.
“너 혹시 이 치열하고 불안한 조직 생태계에서 저 친구의 영혼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눈물 흘리며 세운 방패니?”
이처럼 직원의 차가운 태도를 나와 대등한 인격적 가치로 바라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과 방어벽을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대우하면 리더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상대를 통제하려는 교도관의 눈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를 품어주는 동반자의 눈으로 바뀌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강조하듯, 훌륭한 리더는 부하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거나 희생을 강요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신뢰의 기반을 다져주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리더가 직원의 개인주의를 ‘이기심’이라는 편견으로 재단하는 것을 멈추고, 그 태도 자체를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의인화)하기 시작할 때 현장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첫째, 통제와 질책의 소멸이다. “왜 이 정도 희생도 못 하냐”는 다그침 대신, “네가 지키고 싶어 하는 그 개인의 삶과 성장의 경계가 우리 회사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를 묻게 된다.
둘째, 성장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이뤄진다. 회사를 위해 무조건적인 충성과 헌신을 바치라는 요구 대신, ‘회사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업무 환경과 프로젝트가 개인의 커리어에 어떤 의미 있는 가치가 될 수 있는지’를 살피면서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게 된다. 직원은 회사가 자신을 소모품이 아닌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방어벽을 거두고 스스로 자발적 몰입과 기여를 시작한다.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오늘 직원의 차가운 태도를 고쳐야 할 문제로 보았는가, 아니면 그가 지키려던 소중한 인격의 방패로 존중해 주었는가?”
리더의 이런 시선이 깊어질수록, 헌신을 강요하던 삭막한 울타리는 사라지고, 각자의 인격이 존중받으며 함께 새길을 내는 매우 단단한 공감의 공동체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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